고양이는 하루 평균 12~16시간 이상을 잠으로 보내는 대표적인 수면형 동물입니다. 그만큼 수면 중 보이는 다양한 행동은 단순히 귀엽고 재미있는 수준을 넘어서 건강 상태와 심리적 안정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양이의 잠꼬대, 팔다리 움직임, 수면 중 울음소리 등 수면 행동을 집중 연구한 사례들이 축적되면서, 반려묘의 행동을 보다 과학적으로 해석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양이 수면행동에 대한 연구사례를 소개하며, 보호자 입장에서 어떤 행동이 정상이며 어떤 경우 주의가 필요한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잠꼬대 행동: 꿈인가, 반응인가?
많은 고양이 보호자들이 경험하듯, 고양이는 수면 중 입을 오물거리거나 작게 우는 듯한 소리를 내며 꿈을 꾸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수면행동을 다룬 일본 도쿄대학교의 한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 역시 인간과 유사하게 REM 수면(급속 안구 운동 수면) 상태를 가지며, 이때 뇌의 신경 활동이 활발해진다고 합니다.
이는 고양이가 수면 중 과거의 활동을 재생하거나 기억을 재정리하는 과정일 수 있으며, 잠꼬대는 그 부산물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고양이 중 일부는 수면 중 약한 소리를 내거나 입술을 움직이는 패턴을 반복했으며, 이는 보호자와의 상호작용이나 사냥 놀이 기억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행동이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과도하지 않다면 건강한 수면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팔다리 움직임: 무의식의 표현인가, 질병의 신호인가?
고양이 수면 중 앞발이나 뒷다리를 꿈틀거리거나 공중을 향해 흔드는 움직임은 꽤 자주 목격되는 행동입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과 일본 동물행동학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에서는 이러한 행동의 원인을 ‘자율신경계의 반사작용’으로 설명합니다. 특히 어린 고양이나 활동적인 품종일수록 이 같은 팔다리 움직임이 자주 관찰되며, 이는 뇌의 운동 신경과 연관된 ‘수면 중 반응 운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연구에서는 ‘움직임의 강도’와 ‘지속 시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발 움직임은 문제되지 않지만, 갑작스럽게 몸 전체를 경련하거나 날카로운 소리를 동반하는 움직임은 간질이나 신경학적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호자가 일상적으로 수면 행동을 영상으로 기록하거나 패턴을 체크하는 것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울음소리: 감정 표현일까, 이상 행동일까?
고양이의 수면 중 울음소리는 상대적으로 적게 알려진 행동이지만, 점점 연구와 관찰이 늘어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 에든버러 수의학연구소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는 고양이가 수면 중 특정 소리를 내는 빈도가 스트레스와 연관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보호자 인터뷰와 수면 영상 분석을 통해, 수면 중 "우웅", "냐옹" 같은 낮은 소리를 반복하는 고양이들이 낮 동안 환경 변화에 더 민감하거나 사회적 자극에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고령묘의 경우, 치매나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된 수면 중 울음도 관찰되며, 이는 보호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신호입니다. 따라서 수면 중 고양이가 평소와 다르게 울거나 몸을 떨며 반응한다면, 이를 단순 잠꼬대라 여기기보다는 신체적·정신적 이상 여부를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고양이의 수면 울음은 건강과 감정의 경계선에 놓인 행동으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고양이의 수면행동은 그 자체로 귀엽고 흥미로운 장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양이의 신체적·정신적 상태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잠꼬대, 팔다리 움직임, 울음소리 등은 각각의 수면 단계와 연관되어 있으며, 일상적인 행동인지 이상 신호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수면행동을 단순히 재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일정한 패턴을 기록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는 것이 반려묘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고양이의 수면세계가 보다 명확히 이해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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